RO Jae Hun 한중일 국민의 상호 우호적 인식을 위하여 202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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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삼국 국민의 서로에 대한 인식과 감정은 복잡다단하다.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수 천년을 살아온 역사 속에서 친소관계를 거듭하며 여러 부침(浮沈)이 있었고, 이러한 역사 속에서 국제정세의 역학관계 속에 동북아에 아로새겨진 현대사의 상흔들이 여전히 우리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난관 속에서도 우리는 역내 공동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해왔지만 최근 몇 년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서로를 마주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안타깝게도 서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심화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서로의 인식이 악화되는 것의 가장 큰 원인은 아무래도 인적교류의 제한이라 생각한다. 서로가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작은 오해도 큰 불신으로 바뀔 수 있다. 상호 간에 만날 수 없으니 갈등을 해소할 기회도 없었던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폐쇄된 국경 속에 온라인미디어와 SNS는 검증되지 않은 배타적 민족주의의 콘텐츠를 생산했다. 편향적이고 왜곡된 보도와 정보가 각국의 국내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확증편향의 알고리즘 기술과 결합하며 마치 진실인 것처럼 확산되고, 이러한 허위정보들은 디지털플랫폼의 국경지역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충돌이 발생하는 새로운 경향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본인도 코로나 이전에 중국과 일본에 자주 방문하며 그 사회 분위기를 많이 관찰하였었지만, 포스트 코로나를 마주하는 현 시점에 어렵게 국경을 넘어 다시 바라본 중국과 일본의 모습은 어색하기까지 했다. 

물론 양자관계의 회복들을 위한 노력은 시도되고 있다. 우선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한 시도가 있고 한중간의 관계 회복을 외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부정적인 물결을 되돌릴 만큼의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고 양자관계를 넘어서 한중일 삼국의 우호와 화합은 요원하여 보인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중일 삼국의 관계는 양자 관계가 누적된 결과물이 아닐 수 있다. 한중일 삼국을 한중, 한일, 중일의 누적된 관계로 보지 말고, 동아시아 또는 아시아라는 큰 틀로 묶는 다자의 개념에서 동아시아적인 공동 가치와 목표를 추구하며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개별국가나 양자관계의 합이 아니라 동아시아라는 다자적 뿌리에서 개별국가의 개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우리의 관계를 재정립하여야 한다. 

이런 아시아 공동체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현재 만연하고 있는 한중일 삼국의 상호 인식 문제도 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각국의 상대에 대한 반감, 특히 청년들이 갖고 있는 상호에 대한 오해와 증오는 정보의 왜곡과 함께 민족주의적인 자부심의 발로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우리가 당신들보다 우수하다”는 식의 의식이다. 이러한 자부심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이러한 자부심을 개별국가에 묶지 말고 개별국가를 넘어서 한중일을 포함한 아시아 전체에 대한 자부심으로 승화시켜줄 필요가 있다. 우리 국가의 우수성이 아닌 아시아의 자부심을 일깨우고, 서구 문화를 포함한 세계 다원화의 흐름 속에서 아시아의 물결을 함께 만들어내는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가진 선각자가 이미 110여 년 전에 계셨다. 도마 안중근 의사이다. 안중근 의사는 중국 뤼순의 감옥에서 동양평화론을 집필하며 한중일 삼국의 화합과 협력을 주창했다. 동양평화를 위해서는 삼국이 협력하여야 하고 평화협의회의 구성, 공동화폐를 통한 경제통합, 공동군대까지 동양평화론의 구체적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구상들은 현재의 우리가 생각해도 전향적인 제안들인데, 그는 이미 한중일의 미래 방향을 우리에게 보여준 것이다. 안중근 의사는 이렇듯 아시아 주의자였던 것이다. 우리가 추구해야할 방향도 결국 아시아 공동체일 것이다. 

한중일 삼국이 양자 관계를 뛰어 넘어 아시아의 공동 가치를 추구하는 첫걸음은 문화 협력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류의 세계화에서 보듯이 이제 문화의 중심은 서양 일변도에서 동양이 한 축을 담당하게 되고 있다. 아시아 문화의 중흥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문화 협력은 각국 문화의 소개와 수출을 뛰어넘어 아시아 공통 문화의 창출이 되어야 하고 이를 원아시아 문화의 창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원아시아 문화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가지면서 고전과 현대, 서양과 동양, 콘텐츠와 기술이 융합된 형태로 세계 문화를 선도할 것이고 이의 밑바탕에는 아시아적인 인문학적 가치인 우애,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협력하는 정신이 기초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이 가치를 우리는 Asian Futurism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원아시아 문화 창조를 위한 삼국의 협력은 이미 문화 산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수많은 콘텐츠들이 합자와 합작을 통해 일어나고 있고 플레이어들 또한 국적을 넘어선 활약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들이 제한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협력을 가일층 할 수 있는 정책적 산업적 플랫폼의 구축을 삼국이 공통으로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지식재산권의 보호와 협력을 위한 각국의 협력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또한 젊은이들의 협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들이 앞에 언급한 대로 아시아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공유하고 발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불행하게도 현재 이들이 소통하고 영위하는 디지털 플랫폼은 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거꾸로 부정적 확증편향을 강화할 뿐이다. 이를 위해 삼국 공동 메타버스 등 새로운 편향되지 않은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여 그 안에서 삼국의 젊은이들이 아시아인으로서 미래를 함께 구상해 보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지난 세기 초 유럽의 한 철학자가 유럽 통합을 주창하였을 때 양차 세계대전을 겪었던 수많은 이들이 유럽 통합은 불가능하다 말했다. 그러나 지금의 유럽은 유럽연합을 통해 유기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해냈다. 한중일의 아시아 가치로의 통합이 꿈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언젠간 꿈은 이루어진다.